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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알혼] 1. 바이칼은 감동이었습니다.

화훼장식기사 2016. 8. 30. 22:42




이르쿠츠크에서의 하룻밤을 책임져주었던 우리의 숙소가 있던 건물. 처음엔 약간의 경계심도 있었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그리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가 숙소 입구. 어떻게 찾아가라는건지 원...






러시아 사람들은 꽃 참 좋아합니다. 심지어 가로등에도 꽃화분을...




이르쿠츠크 버스터미널. 건물 맨 위에 빨간 글씨로 '아브또보그잘'이라 써 있습니다. 아브또는 차, 보그잘은 터미널을 뜻합니다.



터미널 맞은편에 미니버스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알혼 가는 사람들이 참 많네요. 이 곳에서는 오전 중에 세 번 차가 출발하는데 첫 출발이 8시입니다. 우리는 한 20분 전쯤 도착했는데 바로 태우는게 아니고 미리 예약해놓은 사람들을 먼저 태우는 것 같았습니다. 예약없이 온 우리들한테는 기다리라고 하더니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빠지자 이스타나에 타라고 하더군요. 알혼까지 다섯시간을 이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자리가 너무 좁아서 고생 좀 했습니다...



한참을 이동하던 차는 중간 휴게소에 잠시 멈춥니다. 이 곳에서 빵도 사 먹고 화장실도 이용합니다. 돌아올 때도 똑같은 곳에 서더군요.




이동하는 내내 창 밖으로 볼 것이라곤 없습니다. 그냥 한없이 펼쳐진 들판과 쭉 뻗은 길 뿐. 아무것도 없이 광대하게 펼쳐진 땅이 아깝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더라구요.



한참을 달린 차는 드디어 페리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선착장에서는 차에서 내려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넌 뒤 타고 온 차량을 다시 찾아서 타고 마을까지 이동해야 합니다.



드디어 만난 바이칼.



진짜 큽니다. 하지만 이 때는 큰 호수라는 생각이었는데 다음날 북부투어를 하면서 여기가 호수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합니다...



맞은편에 보이는 저 곳이 바로 바이칼 호수 내에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인 알혼섬입니다.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배를 타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요.



섬에서 수영을 즐기다 페리를 보고 반겨주는 사람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문제가 있었어요. 앞에 얘기했듯 사람들은 여기서 타고 온 차에 다시 탑승해야 하지요. 그런데 우리 차를 탄 사람들 중 혼자 여행 온 한국인이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 친구가 오지 않는거에요. 운전자가 한참을 왔다갔다 하다가 우리한테 자꾸 뭐라고 말을 겁니다. 아마 같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동행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우리도 나름의 책임감으로 주변을 한참 찾아보고 번역기를 이용해 그 친구는 우리 일행 아니라고 얘기도 해 보고 아마 배를 안 탄 것 같다고도 했지요. 그래도 이 운전자는 끝까지 그 친구를 기다립니다. 결국 다음 배로 나타나더군요. 우리 차가 페리를 먼저 타고 떠난줄 몰랐다는거지요. 하아...



뭔가 모르게 황량해 보이는 알혼섬. 가장 큰 마을이자 여행자들의 집합소인 후지르마을까지는 한 시간을 더 달려야 도착합니다. 문제는 알혼섬 안의 모든 도로는 비포장이라는 것...



알혼에서 묵은 숙소.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숙소는 니키타하우스라는 곳인데 항상 사람이 많아서 방을 구하기가 힘들어요. 우리는 다른 숙소를 이용했는데 방은 나쁘지 않았으나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공용인데다 푸세식이라는 점, 그리고 와이파이가 빵빵하지 않다는 점 등이 마이너스였어요. 어쨌든 짐을 풀고 주인 줄리아에게 여행 정보를 얻고 북부투어를 예약한 뒤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배를 채우기로 하고 숙소에서 50여미터 정도 떨어진 식당에 들어갔어요. 주인도 영어를 못하고 우리는 러시아어를 못하는데다 메뉴도 죄 러시아어 일색이니 식당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하여 두 가지를 시키고 하필 맥주가 없다길래 밖에 나가서 시원한 맥주도 사 왔지요. 마을 내에는 간판에 러시아어로 '오물'이라고 크게 써 있는 식당들이 여럿인데 그 '오물'의 정체가 바로 위에 보이는 생선입니다. 바이칼에서 나는 생선으로 이 곳의 명물이라고 하지요. 맛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마을 내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들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생선이 특별히 맛이 뛰어났다기보다는 다른 음식들이 꽝이었다는 의미에서...



아까 차에서 만난 친구와 우연히 만나 같이 먹었어요. 모쪼록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셨기를...^^



올 여름은 울나라도 유례없는 폭염이었지만 러시아도 못지 않았습니다. 햇볕이 정말 따갑게 내리쬡니다.



대부분 나무로 지어올린 민가들.




공터에 버려져 있던 폐차.



숙소에서 샤머니즘의 성지라 불리는 부르한바위까지 가는 길에 그 유명한 니키타 하우스가 있습니다. 오죽 유명하면 심지어 우리 숙소의 줄리아도 여기 가 보라고 하더군요.



니키타 하우스는 규모가 크고 이쁘게 잘 지어놨다고 소문이 나서 항상 만실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부르한 바위 가는 길에는 각종 기념품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드디어 보입니다. 저기 우뚝 솟아오른 바위가 바로 부르한 바위입니다.




저 멀리 수평선을 보세요. 이게 진정 호수란 말입니까? 믿을 수 없습니다. 아마 옛날 사람들도 이 곳은 당연히 바다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언덕 위에는 13개의 토템 기둥이 서 있습니다. 부르한 바위와 함께 알혼섬의 대표 랜드마크(?)입니다.



알혼 섬 후지르 마을의 토착민들은 부랴트족입니다. 생김새가 우리네와 비슷하지요. 우리와는 같은 우랄-알타이 어족이라고 합니다. 즉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 되겠지요? 실제로 지도를 보면 이 곳과 몽골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 부랴트족이 조상 대대로 믿고 있는 토착 신앙의 흔적이 바로 이 토템과 신령한 바위인 부르한 바위를 믿는 샤머니즘인데, 대체적으로 우리 전통 무속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속의 시원이 바로 여기라고 여기고 순례를 오는 경우가 많죠.



기둥을 세우고 오색천을 두른 것이나 우리 나라에서 나무에 마찬가지로 오색천을 휘감고 성황당 신목으로 삼는 것이나 꽤 유사하죠.



부르한 바위가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의 끄트머리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부랴트족 아저씨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일종의 제의를 열고 있었습니다.






강한 영기를 갖고 있다는 부르한 바위. 이 곳이 일종의 성지가 된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인간의 힘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연을 만나게 되면 신앙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을거에요.




저 아래 강변(강변이라고 하니 어색하네요. 해변이라고 해야 어울릴 풍경)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수영을 즐기고 있습니다.



부르한 바위까지 내려가봤습니다.



순례자 중 한 명일까요? 드넓은 바이칼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시는 듯.



물은 정말 차갑고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느낌입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나도 그만 바이칼에 몸을 던졌습니다. 이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강변에도 가 봤습니다. 오~



한참을 호수에 몸을 담그고 놀다가 슬슬 돌아나와 니키타 하우스에 잠시 들러봅니다.




니키타 하우스는 그래도 마을 내에서는 가장 지대가 높은 곳에 있어서 마을 전체가 잘 보입니다.



니키타 꼭대기에서 친구 한 장.



친구가 찍어준 내 모습.



잘 놀고 나서 숙소에 돌아오니 리셉션 룸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마추어 작가인지 그림을 늘어놓고 설명도 하고 팔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그림은 그닥 잘 그린 것 같지는 않네요.



저녁식사를 한 식당. 여기서 일하던 머리를 양갈래로 딴 아가씨가 생각나네요~^^



그러나 음식은...ㅜ.ㅜ 앞서도 얘기했지만 마을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을때의 문제점은 이랬습니다. 첫째. 메뉴판만 보고는 무슨 음식인지 절대 짐작할 수 없다. 둘째. 거의 대부분 내가 주문하면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온다. 셋째. 고기는 대부분 느끼하고 국물은 항상 짜다. 뭐,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겠지요. 친구는 나름 먹을만 하다고 하던데, 분명 거짓말일거라 믿습니다. ㅎ


내일은 알혼섬 북부투어를 하는 날입니다. 섬에는 차를 타고 섬 북부의 5개 정도 포인트를 돌아보는 일일 투어 외에도 유람선을 이용하는 반일 투어 등 몇 개의 투어가 있습니다. 유람선 투어가 석양이 떨어질 때 멋있다고 하지만 많지 않은 시간 동안 모든걸 다 할 수는 없기에 북부투어를 신청했지요.



-둘째날 소요 경비

* 이르쿠츠크-후지르 미니버스 1600루블(2인)

* 중간 휴게소 간식 300루블(빵, 음료 및 물)

* 점심식사 250루블+맥주 250루블(3병)

* 니키타 하우스 맥주+슬러시(350루블)

* 저녁식사 890루블(식사+맥주)


출처 : 정쌤의 전세방
글쓴이 : 정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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