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이 안에서 부는 바람은 더 쓸쓸하다.
사랑하고 친한 사람인데
온통 마음을 다 열지 않고 벽을 두는것을 발견하거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계산하는 것을 알게 될 때
그 때가 오뉴월이라도 마음이 얼어 붙게 되는 것이다.
-신달자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中
뭔가가 시작되고 뭔가가 끝난다
시작은 대체로 알겠는데 끝은 대체로 모른다
끝났구나, 했는데 또 시작되기도 하고
끝이 아니구나, 했는데 그게 끝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 그게 정말 끝이었구나 알게 될때도 있다
그때가 가장 슬프다
-황경신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었고,
누군가 내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 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푸른밤 , 나희덕
떨어져 있을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픈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우리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쇼펜하우어
혼자 멍하니 있지 말아야지 눈물날테니까
과욕,집착,두려움,눈물,그리움,죄책감
좌절,오기,기쁨,기다림,향기,꿈
오만잡다한 것들이 들어있는 내 쓰레기통을 비운다
이제 그만 다 비워내고 다시 시작하자고
다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통 바닥에 붙어 있는 사탕하나를 발견하곤
생각에 잠긴다
애써 붙어 있는 그 사탕, 다 버렸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남아 날 힘들게 하는 내 미련스러운 미련과 닮아 있다
참 많이
-길들여지는 것, 무뎌지는 것
세상 사는게 울적해 질때면,
나는 공항에서 재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보편적으로 우리는 미움과 욕심 속에서 산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특별히 미화되거나 신문에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랑은 어디에나 있는것이다.
아버지와아들,어머니와딸 ,남편과 아내,애인 ,오래된친구들
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무너졌을 때
죽어가며 남긴 사람들의 휴대폰 메세지는
증오나 복수가 아닌
모두가 사랑한다는 메세지들이었다.
-러브액츄얼리, 엔딩나레이션
그땐 참 많이도 울었는데
무슨 눈물이 그렇게도 많이 나오던지
사람이 왜 그렇게 독하냐고 가슴 아프지 않았냐고
슬픈 흉내라도 내볼 수 없냐고
울먹이며 얘기할 땐 아무 표정 안만들어지더니,
그 뒤로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눈물을 훔쳐야 했고
아침이면 촉촉히 젖은 배갯잇에 놀라 깨어나서
그 배게를 쓸어안고 또 많이 울었는데,
그땐 그렇게도 많이 흘렸던 눈물 때문인지
지금은 더 슬픈 일이 생겨도 눈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이젠 정말 눈물은 나오질 않습니다
그러나 그저 가끔씩 "그땐 참 많이 울었는데" 생각이 날 때면
왜 그렇게 울었는지가 생각나 습관적으로 눈이 아른거릴 뿐입니다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원태연
한국어로 보내는 쪽은 안녕히 가세요.
가는 쪽은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한다.
프랑스의 오르봐
영어는 굿바이
일본어의 사요나라와는 조금 다르다.
남아있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각자 다른 작별인사를 하는건
이 넓은 세상에 한국어 뿐이 아닐까.
상대편을 배려하는 그 말의 다정함에 나는 감동했었다.
- 사랑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성난 말을 들었을 때 성난 말로 답하지 마라
다툼은 항상 이 두 번째 성난 말에서 시작 된다
훌륭한 사람은 향나무처럼 자신을 찍은 도끼에
향기를 묻히는 사람이다
보고싶다고 다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나의 사랑이 깊어도 이유없는 헤어짐은 있을 수 있으며
받아들 일 수 없어도 받아들여먄 하는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아무 노력없이도 움직일 수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속에 있을때 더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가을이가면 겨울이 오듯
사람도,기억도
이렇게 흘러가는 것임을
그렇게 특별하다 믿었던 자신이
평범은 커녕 무능력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던 이성으로부터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이 잇고,
분신인듯 잘 맞던 친구로부터 정이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고,
소름 돋던 노래가 지겨워지는 순간이 있고,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것이
그저 짝사랑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다.
삶에 대한 욕망이나,야망따위가 시들어 버리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삶이 치명적일 정도로 무의미 하게 다가오는 순간 또한 있다.
우리는 여지것 느꼈던 평생 간직하고 싶던 그 감정은 무시한 채
영원할 것 같이 아름답고 ,순수하던 그 감정이 다 타버려
날아가버리는 순간에만 매달려 절망에 빠지곤 한다.
순간은 지나가도록 약속되있고, 지나간 모든건 잊혀지기 마련이다.
어자피 잊혀질 모든 만사를 왜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사냐가 아니다
어자피 잊혀질테니, 절망하지 말라는 거다
잘해주면 잘해수록 쉽게 대하는 마음
본능적인 심리지만 마음 아픈 현실
사람 간의 마음은 시소와 같아서 한쪽이 너무 커지면
반대쪽은 나를 내려다 보게 마련이다.
그리곤 생각한다.
언제나 저렇게 큰 마음이겠지
항상 나보다 더 큰 무게로 날 올려 주겠지.
하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려 버릴 수 있는 쪽은
발이 땅에 닿아 있는 사람이다.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中, 류시화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안녕
- 사랑 中, 김용택
내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나를 기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