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지로 만든 김영란법이 농민들에게는 야속하기만 합니다. 샛노란 국화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맑은 향기가 풍겨오는 게 아니라 꽃농사 짓는 분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김영란법’에 말라 죽는 화훼산업
국화 향기 그윽한 계절입니다. 동네에 꽃집이 있는데, 지나갈 때마다 화분 몇 개 보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네요. 그런데 꽃집 분위기가 어쩐지 쓸쓸합니다. 아마도 꽃을 보러 온 사람이 별로 없어서 드는 느낌이겠죠.
살기가 팍팍해서일까요, 정서가 메말라서일까요? 화훼산업은 해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군요.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2015년 우리 국민 1인당 꽃 소비액은 1만3310원으로 2014년의 1만3867원에 비해 557원(4.0%) 감소했습니다. 꽃 소비가 정점에 이르렀던 2005년의 2만870원에 비해서는 무려 7560원(36.2%)이나 줄어들었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외국산 꽃 수입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요.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꽃은 1만3481t이었는데 이는 두 해 전인 2013년의 1만1868t에 비해 1613t(13.6%) 증가한 수치입니다. 꽃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데 수입량은 오히려 많아지고 있다면 이게 무슨 뜻일까요? 국내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올해 화훼산업은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9월28일 시행에 들어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이죠. 꽃도 수수 금지 대상 품목인 겁니다. 실제로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경조사용 꽃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등에 세워진 화환 수가 급감한 것을 이미 목격하셨겠지요? 기관의 인사철에 승진이나 영전을 축하하기 위해 보내는 난 화분 수요도 이젠 급감할 것이 뻔합니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화훼산업의 어려움은 통계로도 확인됐죠. 지난 10일 김영란법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10월 첫째 주 일주일간 지난해 같은 때보다 꽃 경매 물량은 20%, 거래금액은 30% 줄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같은 갑작스러운 꽃 소비 감소의 이유를 9월28일 시행된 김영란법 말고는 설명하기가 어렵겠지요. 이제 화훼산업에 국내 생산은 없고 값싼 수입 꽃의 유통만 남게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을 강행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일단 시행해 보고, 부작용이 드러나면 보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영란법 ‘덕분에’ 우리 사회는 분명히 더 청렴해지고 더 투명해질 겁니다. 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화훼는 물론 축산, 인삼, 과수 등 1차산업 전반에 공멸의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습니다.
농민들에게는 솟아날 구멍도 없는데 자꾸만 하늘이 무너지고 있네요. 이렇게 부작용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과 정책 등 제도에 의해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 만큼 제도로써 농민들을 구제해달라는 겁니다. 농민들이 ‘떼법’을 쓴다며 외면하지 말고요!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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