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도자로서의 수준과 방향성은 서로 달랐다. 황감독은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시작으로 바닥부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며 성장했다. 시작부터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 코치를 거쳐 연령대별 대표팀 감독을 섭렵하는 등 축구협회의 파격 지원을 등에 업고 최고 노른자위만 거쳐간 홍명보 감독과는 출발부터 달랐다.
황감독은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첫 사령탑에 올랐고 2011년부터 친정팀 포항의 지휘봉을 잡으며 FA컵 2연패, 2013년 리그-FA컵 더블(2관왕) 등 영광의 시대를 이끌었다. 13년 동안 지도자로 쉼 없이 달려오며 어느덧 K리그 최고의 감독으로 성장했다. 홍명보 감독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동메달의 영광을 안기며 2002세대의 영웅들은 '스타 출신은 성공한 지도자가 되기 어렵다.'는 속설을 극복한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너무 빠르고 쉬운 성공에만 도취된 홍명보의 뒤끝은 좋지 못했다. 올림픽 이후 불과 1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무임승차하며 고속승진의 끝을 보여준 홍명보는, 정작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단순히 성적만 좋지않았던 것만이 아니라 의리축구 논란과 토지 매입, 음주회식 파문, K리그 선수 비하 등 숱한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국가대표팀의 기강과 명예를 무너뜨린 역대 최악의 감독'이라는 오명까지 남겼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실패이후에도 축구협회의 비호를 등에 업고 은근슬쩍 감독직을 연명하려는 꼼수를 부리려다가, 책임 회피 논란과 토지 매입 사건 등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불명예 낙마하는 모양새로 쓸쓸하게 쫓겨났다. 분수를 넘어선 자리를 탐하다가 나아갈때와 물러날때를 깨닫지못한 이의 초라한 퇴장이었다. 오히려 홍명보가 퇴진하자마자 그 뒤를 물려받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부신 고공행진은 상대적으로 홍명보의 몰락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반면 황선홍 감독은 포항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도 박수칠때 미련없이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황감독은 구단 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만으로 리그와 FA컵을 제패하는 업적을 남기며 '황선대원군'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최근 2년간 우승권에서는 약간 멀어졌지만 부족한 상황에서도 항상 어떻게든 팀성적을 이끌어내는 황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 두터웠다. 2002 세대가 배출한 첫 프로감독으로서 황감독의 성공은 이후 최용수- 신태용 등 K리그에서 40대 지도자들의 열풍을 일으키는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과 구단과의 재계약 과정에서 고민을 거듭하던 황선홍 감독은 재충전을 위하여 과감히 감독직을 내려놓는 길을 선택했다. 지도자로서 '정체'되는 일만큼 두려운 것은 없지만 한편으로 황감독만큼 모든 자리와 권한을 내려놓고 용기있는 선택을 하는 것도 쉽지않다.
많은 이들은 황감독의 갑작스러운 하차를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 기대감도 공존한다. 어차피 황감독이 언젠가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휴식과 재충전을 통하여 축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더 좋은 지도자가 되어서 돌아온다면 그것이 곧 한국축구에 있어서도 더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 때문이다.
영원한 포항맨이자 미래의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꼽히는 황선홍의 '천천히, 그리고 굳건히' 걸어가는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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