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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껍데기는 가라`의 신동엽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

화훼장식기사 2013. 1. 17. 12:45

 

 

 

 

 

 

 

 

 

 

 

 

 

 

 

 

부여에 가면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가슴속 울림을 토해냈던 시인 신동엽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익히 책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로 알고 있었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나는

가슴 설렘으로 신동엽 시인의 생가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그 유명한 시를 떠올리며 생가 앞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작고 초라해 보이는 생가...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흙바람 먼지 풀풀 날리는 느낌이 더 친숙한 집이란 생각과

생가 옆으로 그분의 문학관을 준비하고 있는 곳을 들러

담당자의 양해를 구하고 아직 개관하지 않은 문학관을

 돌아보고 미리 담아왔습니다.

 

 

 

 

 

 

 

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몫을 하기도 합니다

마음에 닿는 시구를 만나면 왠지 가슴 뛰는 느낌...

짧은 시 한 줄에 많은 상상을 불어넣는

내 이야기 같던 좋은 시는

살아가면서 내내 가슴 절절함으로 저장되곤 합니다

 

누구나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은 시인입니다

다만 그 생각을 한 줄 글에 담아내는 사람을 시인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글에 감동하는 사람도 시인이라 생각합니다.

 

 

 

 

 

 

시란 무엇인가?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할게요

 

어느 거리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 구걸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목에 '저는 장님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종이를 걸고 종일 서 있었는데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어느 시인이 그 맹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의 목에 걸린 문구를 고쳐주었답니다

' 이제 곧 봄이 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봄을 볼 수가 없습니다' 라고..

그러자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 맹인 앞에 많은 동전을 놓아주고 갔다고 합니다

이런 일화를 보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감동하는 시인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시는 그렇게 사람 마음에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감동적인 시를 쓰는 시인이 많은 세상

그 감동을 잊지 않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곳 문학관 부지에서 유물들이 출토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움집터였음 표시해 놓았더군요.

 

 

 

 

 

 

 

 

신동엽 문학관 앞에는 글씨를 새긴 활자들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형상을 하고 있더군요

파란 하늘과 어울려 휘날리듯 보이던 시구들...

아름다웠습니다.

 

그분이 남긴 시의 정신을 한껏 받게 되는 느낌이랄까요..

전 그렇게 마음에 닿더군요.

 

 

 

 

 

 

 

 

 

 

 

 

 

 

정말 작은 집이었습니다

여러 시인의 생가를 가보았습니다만

이곳 신동엽 생가는 파란 기와집이었지만

왠지 쓸쓸함이 묻어나고 집터가 무척 좁더군요

신동엽 생가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부인 인병선 시인께서 사들여

부여 시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산 언덕에 /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 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 지네.

 

그리운 그이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너에게/ 신동엽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진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순 터

새순 돋듯

 

허구 많은 자연 중

너는 이 근처 와 살아라

 

 

 

 

 

 

 

 

신동엽 시인은 푸른나이(39세)에 간암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언제까지나 우리 마음에 살아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실린 '껍데기는 가라'를 비롯하여

많은 시는 민족의 아픔과 그리움을 노래한 민족시인으로

우리 곁에 남을것입니다

 

 

 

 

 

 

신동엽 시인의 미망인 인병선 시인께서 남긴 시가

생가에 걸려있더군요

 

 

 

생가/인병선

 

우리의 만남을

헛되이

흘려버리고 싶지 않다

 

있었던 일을

늘 있는 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당신과 내가

처음 맺어진

이 자리를

새삼 꾸미는 뜻이라

 

우리는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것이다

 

 

 

 

 

 

 

아직 개관 하지 않은 신동엽 시인 문학관을 다시 가 보았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관계자분이 계신듯하여

저도 글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드리고

안을 둘러보고 싶다고 하였더니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하시면서

준비된 곳만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문학관 일부를 담아왔습니다

사진에 담게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 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그 사람에게 / 신동엽

 

아름다운

하늘 밑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쓸쓸한 세상 세월

너도야 왔다 가는구나

 

다시는 못 만날지라도 먼 훗날

무덤 속 누워 추억하자

 

호젓한 산골길서 마주친

그날, 우리 왜

인사도 없이 지나쳤던가, 하고

 

 

 

 

 

 

 

신동엽 시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창작과 비평에 남긴 그의 시 '그 사람에게'를 떠올리며

신동엽 생가와 문학관을 나왔습니다

 

바람끝은 매섭고 추웠지만

마음에 남은 시들이 있어 춥지 않았습니다

신동엽 문학관이 아름답게 개관되어

찾는 사람들께 행복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아직 문학관 개관을 하지 않았는데

입장을 허락해주신 관계자님들께 고맙단 인사를 남깁니다

감사했습니다.^^

 

 

 

 

 

출처 : 아름다운 詩사랑..그리고 여행...
글쓴이 : 초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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