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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버지에게선 심한 소똥 냄새가 난다

화훼장식기사 2007. 2. 23. 11:56

 

 

허름한 외양간 안에 있는 우리집 소. 아버지는 이 소로 우리 6남매를 키우셨다.

 

 

올해 68세 되시는 아버지에게선 심한 냄새가 난다. 소똥 냄새다. 하루 세 번 외양간 소 똥 치우기를 30여년 하셨으니, 소 똥 냄새가 베기고 남으리라. 아무리 옷을 갈아입어도 아버지의 소똥 냄새는 잘 가시지 않는다. 나는 30년 넘게 아버지의 소똥 냄새를 맡아왔고 지금도 맡고 있다. 글쎄, 남들한텐 불쾌한 소똥 냄새인지는 몰라도 내게는 ‘아버지 냄새’이다.


30여년 전에 지어진 허름한 외양간. 흙을 반죽해 속을 채우고 겉을 시멘트로 바른 무척 허름한 외양간이다. 좁고 낮은 외양간. 시설이 이렇다보니 소 여물 주기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30여년째 농삿일과 더불어 소를 키우셨고, 그 소는 우리 6남매 중 다섯 형제의 대학 교육까지 책임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소를 키우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인가? 아침 일찍 일어나 두어시간은 외양간에서 살아야 하고 한시도 집을 비울수 없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고 싶어도, 아니 하루 정도 집을 비워두고 바닷가에 가고 싶어도 아버지는 늘 소를 지키셨다. 소는 소중하지만 참으로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소를 키우는 일 중에 힘든 일이 바로 소통 치우기이다. 삽으로 녀석들의 똥을 치우려면 팔은 뻐근하고 땀이 흐른다. 어쩌다 녀석들이 뒷발길질이라도 하면 다리 정강이를 맞기도 하고 똥 오줌이 묵직한 꼬리로 얼굴을 강타당하면 얼얼하기도 한다. 이때 눈과 입으로 녀석의 똥 오줌이 침투하기도 하는데, 기분이 참 좋지 않다. 항상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녀석들의 먹을 것 즉 짚여물을 확보하는 일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논 농사가 많지 않아 이곳저곳에서 짚을 사들이고 경운기로 실어와 쟁이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 일일이 열거할 순 없지만 소를 키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게 1년을 키우고 나면 그래도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기쁨이 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료값 갚고 송아지를 사 오려면 크게 남는 것도 없다. 인건비는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생후 4-5개월 송아지 가격이 230만원대란다.


지난 설 전에 아버지께서는 소 다섯 마리를 파셨다. 그리고 송아지 네 마리를 새벽 우시장에서 사 오셨다. 천 만원 정도 목돈이 들어왔나보다. 아버지는 이 돈을 어디에 쓰실까? 소를 파시고 난 며칠 후 아버지께서 내게 물으셨다.


“야, 셋째야, 너 전세금 빚진 거(대출) 이자 얼마씩 끊냐? 그 이자가 무섭더라더라.”


순간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희들이 벌어 스스로 먹고 살라고 늘 말씀하시던 아버지인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소 파신 돈으로 전세 대출금 대 주시려나보다. 다시는 안 도와 주신다던 아버지께서는 지난 번에도 1천 만원 이라는 전세 대출금을 소 팔아 갚아 주셨는데 이번에도 또 갚아주시려는게다. 자식을 위해 뭐 하나라도 해 주시고 싶은 아버지, 아니 부모님의 마음이 이런 것인가 보다. 뭐가 감사드려야 할지, 또 죄스럽기도 하고….


아버지에게서 나는 심한 소똥 냄새가 ‘아버지 냄새’라는걸, 미디어 다음 독자 여러분들은 이해하겠습니까?







출처 : 새롬이 아빠의 여울목 세상
글쓴이 : 윤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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