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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으로 자살을 선택한 경북 경산 고교생 최 모 군(15) 사건과 관련, 가해자 중 한 명이 남긴 사과문
에 친구들이 남긴 반응이다. 사과문의 제목은
"사죄합니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오겠습니다. 모든 지인들, 죄송합니다"
가해자 친구들은 댓글에 "뭘 잘못했는데, 네가", "그렇게 됐으니 잘 견디고 힘내라. 어깨 쭉 펴고", "마음 너
무 쓰지 말고, 마음 편하게 먹고 푹 자라" 등의 위로를 전했다. 심지어 한 지인은 욕설을 해가며 가해자를
두둔했고, 또 다른 지인은 "사나이는 한 번 쯤 징역 갔다 와도 된다"라는 믿기 힘든 말을 적어놓았다. 가해
자를 질책한 사람은 "지은 죄만큼만 받고 나와라"라고 말한 단 한 사람 뿐이었다.
참으로 통탄스럽기 그지없다.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친구에게 어떻게 이런 위로를 전할 수 있을까. 도
대체 저들의 머리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무엇이 아이들을 이런 괴물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경산 고교생 자살 사건이 일어난 다음, 고등학교 1학년 혜린이가 이런 글을 썼다.
<폭력 없는 학교를 꿈꾸며>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경산 고교생 자살 사건... 잊혀질 만하면 일어나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사건들이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 깊은 곳까지 뿌리내린 학교 폭력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 모든 학생들이 존중받아야 하고 즐겁게 생활해야 할 학교에서 이렇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
유는 무엇일까.
나는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번 TV에서 방영된 ‘학교의 눈물’ 모의 법정 편은 요즘 아이들의 ‘죄의식이 줄어드는 이유’를 눈으로 보
여주었다. 학교의 눈물 모의 법정은 학교폭력을 행사한 아이들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눈살
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가해자 부모님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저지른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심성은 착한 아이’라며 감싸기에만 급급하였다. 그러다가 급기야 판사가 호통을 치자 그들은 수그러
들었다.
가해자들 또한 그러한 부모들의 태도에 힘입어 피해자의 고통이나 자신의 양심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형량을 줄이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누군들 자신의 자녀들이 처벌받는 걸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자
식의 잘못을 야단치고 바로잡아주어야 하는 것 또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은 왜 모르는 걸까.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인성과 관련된 시간은 점점 줄어만 가고 국영수 중심의 교과과목 중
심으로 학교가 돌아가고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잘못을 깨우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것과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학교 폭력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나 교육당국은 가
해자들에 대한 처벌만이 최선인양 그들을 처벌하는 일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게 하면 과연 학교 학교폭
력이 줄어들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처벌은 죄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상
대방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폭력을 저지른 학생들을 학
교 밖으로 내쫓는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죄를 뉘우칠 리가 없지 않는가.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점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죄인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변명 중 하나는 “저는 장난친 거예요” “그게 학교폭력인줄 몰랐어요”이다. 진심에서 우러나
오는 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폭력이고 그로 인해 어떤 상처를 받는지를 일러주고 무디어진 양심을
일깨워줘야 할 것이다. 이는 공부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폭력 예방 교육은 어
쩌다 남는 시간이 아니라 정규 수업 시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피해자의 아픔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말한다. 내가 당한 만큼 되갚아 주고 싶다고. 가해자들이 만일 피해자가 당한 고통을 알고 있고
느낄 수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학교의 눈물 2부’에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고통 공감하기 라는 제목으로 모 중학교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왕따 체험을 실시했다. 일일 왕따로 지정된 아이는 하루 동안 노란 티셔츠를 입고 누구에게 말도 걸어서는 안
되고 친구들에게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 아이들 또한 왕따로 지정된 아이를 하루 동안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
추가적인 문제 발생을 막기 위해 일부러 사교성이 좋고 인기 있는 학생들을 일일 왕따로 지정했지만 얼마 지
나지 않아 아이들은 풀이 죽고 빨리 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왕따로 지정되었던 학생 중
한 명은 눈물을 보이며 그때 자신이 괴롭혔던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했
다. 서로 입장을 바꿔 상대의 상황과 기분을 파악하는 것이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학교 폭력 교육을 정규수업으로 정해 학교폭력이 왜 나쁜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
다. 규칙을 어긴 것도 잘못이지만 이보다 더 큰 잘못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와 고통을 준 것이 문제행동임을
배우게 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갑자기 생겨나지 않았듯이 이를 한 순간에 근절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폭력 없
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지금과 같은 불상사를 얼마간라도 예방할 수 있
지 않을까?
혜린이는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첫 번째 원인으로 '죄의식의 부재'를 꼽는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소년원 아이들 중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
의 죄목에 대해 자랑하는 아이도 있고 곁에 있는 친구가 자기 죄목을 떠벌여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
들도 많다. 아마도 재수 없어 잡혀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재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 중에 학교 집단 폭력을 주동했거나 가담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당시 초등3년
생이었다. 학교가 발칵 뒤집히고 학부모들이 불려다니고 난리가 났다. 아이들 역시 수없이 끌려 다니며 자신
들이 저지른 죄를 설명하고 반성문을 써야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놀랐던 건 그게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자신들이 범한 행동이 왜 죄인지를 모르더라는 것이다.
혜린이의 주장은 반론을 제기할 틈을 주지 않는다. 조목조목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교육당국
은 제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절망과 어두움에 갇힌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
다. 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어봤으면 좋겠다. 선
생님들은 아이들과 더욱 더 밀착되어 그들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죽고싶어 하는지 세심히 살
펴야 하고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부모들이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
들을 간과해버린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모습 아니겠는가.
추천은 글쓴 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8시 이후에 방문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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