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시골길로 버스 한 대가 들어섰습니다. 읍내에서 하루에 꼭 한 번 들르는 시외버스였습니다. 몇 년을 한결 같이 이 버스만 몰아 온 기사는 구석구석 들어앉은 동네며, 장날 누가 읍내를 가는지까지 훤히 꿸 정도였습니다.
"아이구 우짠댜. 버스 놓치겄네"
한 할머니가 헉헉대며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정류장에서 한참을 서 있던 버스가 막 출발하려 할 때 한 승객이 소리쳤습니다.
"아, 잠깐만요. 저기 할머니가........"
기사의 눈에 멀리서 보따리를 이고지고 달려오는 할머니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행여 버스를 놓칠세라 종종걸음을 쳤지만 버스 꽁무니가 멀게만 보였습니다.
"에이. 이거 나 원 참......."
마음이 급한 승객들은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아 출발합시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릴거요?"
참을성 없는 승객이 울그락불그락 바쁘다고 재촉하자 기사가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손님. 저기 우리 어머님이 오고 계셔서요"
"음, 나 원......."
화를 냈던 승객은 무안했던지 말꼬리를 흐렸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청년이 벌떡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승객들의 시선이 하나로 모아졌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청년이 할머니의 짐을 받아들었습니다.
"할머니, 짐 이리 주세요"
"아이구,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나"
청년은 무거운 짐을 받아들고 할머니를 부축해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으차"
두 사람이 짐을 올려놓고 버스에 오르는 순간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승객들은 그 할머니가 기사의 어머니도, 청년의 어머니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지 않는 느림보 버스 기사는 이따금 아무도 없는 밤길에 전조등 불빛을 쏘아보내기도 합니다. 혹시 버스를 타려고 달려오던 손님이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봐 살펴주는 것입니다.
일을 끝내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버스 기사는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할아버지, 늦으셨네요. 얼른 타세요"
"아이구 고맙수. 기사 양반"
"아, 밤길이 어지간히 어두워야 말이죠. 할아버지, 천천히 가도 괜찮으시죠?"
"아, 그럼"
느림보 버스는 사랑을 싣고 달리는 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