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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구 - 도종환

화훼장식기사 2014. 2. 19. 14:12

 


가구



-도종환


아내와 나는 가구처럼 자기 자리에
놓여있다. 장롱이 그렇듯이
오래 묵은 습관들을 담은 채
각자 어두워질 때가지 앉아 일을 하곤 한다.
어쩌다 내가 아내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의 몸에서는 삐이걱 하는 소리가 난다.
나는 아내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무엇을 찾으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돌아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돌아나온다. 그러면 아내는 다시
아래위가 꼭 맞는 서랍이 되어 닫힌다.
아내가 내 몸의 여닫이문을
먼저 열어보는 일은 없다.
나는 늘 머쓱해진 채 아내를 건너다보다
돌아앉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어지고 있을 뿐이다.

출처 : 철원사랑야생화사랑
글쓴이 : 칼빈코스트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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